“은행에서 대출이 더 안 나온다고요? 부족한 잔금은 제가 빌려드릴게요.”
처음 들으면 조금 이상합니다.
집을 파는 사람은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오히려 집을 사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줍니다.
요즘 부동산 매물에서 실제로 등장하고 있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
쉽게 말하면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숫자가 꽤 빠르게 늘었습니다.
7월 21일 관련 매물 광고는 하루 4건이었는데,
9월 7일에는 261건.
중복 광고를 빼도 약 151개 매물로 추산됐습니다.
셀러 파이낸싱 핵심 요약
의미 :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잔금 일부를 직접 대여
담보 방식 : 매도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 가능
관련 광고 : 7월 21일 4건 → 9월 7일 261건
중복 제거 추산 : 약 151개 매물
확산 범위 : 서울·경기·인천 및 일부 지방
핵심 위험 : 만기상환·담보순위·금리·자금조달계획
셀러 파이낸싱이란 무엇인가?
셀러 파이낸싱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직접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해보겠습니다.
매수자가 자기자본과 은행 대출로 7억원까지 마련했는데 3억원이 부족합니다.
이때 매도인이 부족한 3억원을 일정 기간 뒤 받기로 하고 금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주택 매매가격 → 10억원
매수자 자금 + 금융권 대출 → 7억원
부족한 잔금 → 3억원
매도인 대여 → 3억원
소유권은 매수자에게 이전하되, 매도인은 빌려준 돈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구조가 가능합니다.
거래 구조를 순서대로 보면 이렇습니다
① 매매계약 체결
↓
② 매수자 자금 부족
↓
③ 매도인이 잔금 일부 대여
↓
④ 소유권 이전
↓
⑤ 매도인 근저당권 설정
↓
⑥ 약정한 기간 동안 원금·이자 상환
은행이 아닌 기존 집주인이 일정 기간 채권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매물이 4건에서 261건으로 늘었습니다
이번 이슈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증가 속도입니다.
부동산 플랫폼의 매매광고 분석에 따르면 관련 문구를 넣은 광고는 7월 21일 하루 4건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7월 21일 → 4건
7월 23일 → 16건
7월 25일 → 46건
7월 30일 → 109건
8월 초 → 148건 이상
9월 7일 → 261건
까지 늘었습니다.
같은 단지·면적·호가의 중복 광고를 제외해도 약 151개 매물로 추산됐습니다.
강남 고가주택에서 5억원 미만 매물까지
초기에는 고가주택 중심이었습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과 용산 등에서 ‘집주인 대출 가능’, ‘매도인 대출 가능’ 같은 표현이 먼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후 경기 성남·남양주·수원·과천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9월 초 조사에서는 서울 20개 구와 경기·인천 18개 지역에서 관련 광고가 확인됐습니다.
가격대도 내려왔습니다.
초기에는 20억원 이상 매물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5억원 미만 매물에서도 관련 조건이 등장했습니다.
왜 집을 파는 사람이 돈까지 빌려줄까?
처음 들으면 가장 이상한 부분입니다.
집을 파는 사람은 돈을 받아야 하는데 왜 매수자에게 돈까지 빌려줄까요?
핵심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 집을 사고 싶어도 잔금이 부족해 계약을 포기하는 매수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매도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생깁니다.
선택 1
매매가격을 낮춰 새로운 매수자를 찾는다.
선택 2
가격은 유지하고 잔금 일부를 나중에 받는다.
셀러 파이낸싱은 두 번째 방식에 가깝습니다.
대출 규제가 집값을 낮추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까?
이번 현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논쟁입니다.
대출이 줄면 매수자의 구매력도 떨어집니다.
보통은 매수자가 줄면서 매도자가 가격을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하지만 매도자가 부족한 잔금을 직접 빌려준다면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킬 가능성도 생깁니다.
그래서 시장 일부에서는 셀러 파이낸싱이 확산될 경우 급매 출현이나 가격조정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셀러 파이낸싱이 실제 집값을 떠받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 매매광고에 비하면 아직 비중이 작고, 실제 계약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셀러 파이낸싱은 불법일까?
개인끼리 돈을 빌리고 담보를 설정하는 계약 자체가 곧바로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매도인과 매수자가 대여금액과 이율, 만기, 상환방식 등을 약정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형태의 거래는 가능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아무 조건이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개인 간 금전대차에도 이자제한법이 적용되며 현재 계약상 최고이자율은 연 20%입니다.
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주택이라면 금융기관 외 차입금도 관련 항목에 기재하고 이를 입증할 자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은행 대출 규제 우회’라고 생각하면 위험한 이유
셀러 파이낸싱은 금융회사의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구조가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 대출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있다면 추가 근저당 설정이 은행의 담보순위와 대출 약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선순위 은행 근저당이 있는 상태에서 매도인이 후순위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 실제 담보가치와 상환 구조를 은행 및 법률전문가와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은행에서 안 빌려주니까 집주인에게 빌리면 된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위험합니다.
제가 보기엔 금리보다 ‘만기’가 더 무섭습니다
예를 들어 매도인에게 3억원을 빌린다고 해보겠습니다.
금리가 괜찮아 보이더라도 2년 뒤 원금 전액 일시상환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2년 뒤에
- 다른 집이 안 팔렸거나
- 전세보증금 회수가 늦어졌거나
- 대환대출 한도가 줄었거나
- 소득이 감소했다면
상환계획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약정일에 채무를 갚지 못하면 매도인은 담보권을 바탕으로 채권 회수 절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담보권 실행과 경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내 명의로 집을 샀더라도 전 집주인에게 빌린 잔금을 갚지 못해 담보가 실행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근저당 순위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아파트에는 여러 개의 담보권이 설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먼저 근저당을 설정하고 이후 매도인이 추가 근저당을 설정하면 보통 은행이 선순위, 매도인이 후순위가 됩니다.
향후 경매가 진행될 경우 배당 순위에 따라 채권 회수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셀러 파이낸싱 계약에서는 단순히
“얼마를 빌려주느냐”
보다
“어떤 순위의 담보권을 설정하느냐”
도 매우 중요합니다.
매수자라면 최소 6가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① 매매가격
셀러 파이낸싱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것은 아닌지 확인합니다.
② 총 부채
은행 대출과 매도인 대여금을 합친 전체 부채 규모를 봅니다.
③ 금리
이자율과 연체이자, 이자 지급일을 계약서에 명확히 적습니다.
④ 만기와 상환방식
분할상환인지 만기 일시상환인지, 조기상환 조건은 어떤지 확인합니다.
⑤ 근저당 순위
은행과 매도인 중 누가 선순위인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⑥ 자금조달 신고·세무
자금조달계획서와 차입금 증빙, 이자 지급 증빙 등 신고·세무 이슈를 확인합니다.
무이자면 더 좋은 것 아닐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수관계인 등과 지나치게 낮은 금리 또는 무이자로 거액을 빌리는 경우에는 세무상 증여 문제를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거래 당사자와 금액, 실제 이자 지급 여부 등에 따라 세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거액 거래라면 세무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매도인에게도 위험은 있습니다
셀러 파이낸싱은 매수자만 위험한 거래가 아닙니다.
매도인 역시 매매대금을 전부 현금으로 받지 못하고 일부를 채권으로 들고 가게 됩니다.
매수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를 실행해야 하고, 자신이 후순위라면 실제 회수금액이 기대보다 적을 수도 있습니다.
즉 매도자는 가격을 덜 깎는 대신 채무불이행 위험을 떠안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진우의 판단, ‘대출 찬스’라고 부르면 위험합니다
저는 셀러 파이낸싱 자체가 무조건 나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몇 달 뒤 기존 부동산 매각대금이 들어오거나 확정된 자금 유입이 있는데 잔금시점만 맞지 않는 경우라면 거래를 연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에서 대출이 안 나오니까 집주인에게 더 빌리자.”
라는 접근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은행 대출을 이미 많이 받은 상황에서 추가로 개인대출까지 얹으면 실제 상환부담은 더 커집니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소득이 줄고, 만기 때 대환이 막히면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셀러 파이낸싱을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찬스’라기보다 잔금 지급시점을 조정하는 고위험 금융협상
으로 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얼마에 파느냐’보다 ‘얼마를 빌려주느냐’도 경쟁이 될까?
7월 4건에서 9월 261건.
아직 전체 주택 매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습니다.
하지만 확산 속도만 보면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앞으로 매물 경쟁에서
가격을 얼마나 깎아주느냐
뿐 아니라
잔금을 얼마나 유예해주느냐, 매도인이 얼마까지 금융을 제공하느냐
까지 조건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식도 만들어냅니다.
다만 그 새로운 방식이 새로운 위험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30초 핵심 정리
셀러 파이낸싱 →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잔금 일부 대여
관련 광고 → 4건 → 261건
중복 제외 → 약 151개 매물
담보 → 매도인 근저당 설정 가능
현재 최고이자율 → 연 20%
핵심 위험 → 만기·근저당 순위·상환능력
셀러 파이낸싱 FAQ
셀러 파이낸싱이란 무엇인가요?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매매대금 일부나 부족한 잔금을 직접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매도인은 빌려준 돈을 보호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셀러 파이낸싱은 불법인가요?
개인 간 금전대차와 담보 설정 자체가 곧바로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자제한법, 부동산 거래신고, 자금조달 증빙, 기존 금융기관 대출 약정 등 여러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매도인이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나요?
일률적인 금액으로 정해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매매가격, 기존 담보대출, 담보가치, 당사자 간 계약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거래에서는 금융기관과 법률·세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매도인이 근저당을 설정하면 은행대출은 어떻게 되나요?
기존 은행 근저당과 매도인 근저당의 순위가 중요합니다. 추가 담보 설정이 기존 대출의 조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므로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 설정 전에 대출 금융기관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돈을 못 갚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도 있나요?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고 담보권자가 담보권 실행에 나선다면 경매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만기 상환계획을 계약 전에 명확히 세워야 합니다.
셀러 파이낸싱도 자금조달계획서에 적어야 하나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거래에서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빌린 자금은 ‘그 밖의 차입금’ 등 해당 항목으로 신고하고 차입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할 수 있습니다.
셀러 파이낸싱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 있나요?
매도자가 급매로 가격을 낮추는 대신 잔금을 유예해 거래를 성사시키면 가격 하락 압력을 일부 줄일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관련 광고가 실제 거래와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도의 실거래 데이터가 필요하므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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